경희대학교 김상국 교수

김상국 경희대 교수
[칼럼]말도 많고 우려의 소리도 높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백악관에 앉았다. 그러나 그의 첫 행동들은 보면 기대보다는 우려의 소리가 더 옳은듯하다.

미국.멕시코 간 담장 설치문제, 일부 아랍 국가 출신들의 재입국 금지 그리고 미국이 주장하여 만든 TPP 같은 자유무역협정에서 미국 스스로가 탈퇴하는 문제 등이 그것이다.

솔직히 지난 반세기 이상 전 세계가 평화스런 발전을 하는데 미국의 역할은 매우 지대하였다. 만약 미국이 없었다면 2차 세계대전은 독일과 일본이 승리하였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을 때 이 세계가 얼마나 살기 힘든 세계가 되었을지는 히틀러나 최근 일본 아베의 행동을 보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동을 보면 우려의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미국이 세계경찰 노릇을 하면서 치른 재정 및 생명의 대가는 매우 컷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개방정책을 펴지 않았을 때 미국만은 자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방하여 우리 대한민국, 일본, 대만 등이 신진 경제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집고 갈 중요한 사안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 그런 큰 희생을 치른 것이 다른 나라만을 위해서였는가 아니면 자국 이익을 위해서였느냐 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너무도 명확히 자국 이익을 위해서였다. 미국은 세계 경찰 노릇을 하는데 많은 자원을 썻지만 그렇게 함으로 써 더 많은 자국인의 생명과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자동차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덜 팔았을지 모르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무기와 원유와 특허 그리고 의약품을 팔아 돈을 벌었었다.

나는 1997년 IMF 직후 미국에서 미국 정부 관료와 학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3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강의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강의 주제는 자유무역이었다. 나의 주장은 간단하고 명료한 내용이었다. “미국이 지금 전 세계에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리한 자유무역 강요가 미국의 장기 국익에 일치하는가를 분명히 따져보기 바란다.

지금 우리나라는 인당 GDP가 2만 달러다. 한국의 현대나 일본의 도요타 때문에 GM이나 포드가 고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이 손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말라. 미국이 20년 전에 자유무역을 강요하였다면 한국에 현대나 삼성, LG는 분명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나 삼성, LG가 없었다면 한국의 GDP는 지금의 2만불이 아니라 5,6천불에 머물렀을 것이다. 2만불인 나라에 미국이 상품을 많이 팔겠는가 아니면 5,6천불하는 나라에 더 많은 상품을 팔겠는가? 자동차 판매는 줄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상품의 판매가 자동차를 훨씬 능가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는 유사한 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하고 싶다. 미국이 세계경찰 역할을 하며 투자한 돈은 막대하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함으로서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었다. 다만 불만이 많은 자동차 회사의 소리는 크게 아우성으로 들리지만 이익을 보는 집단은 조용할 따름이다.

나의 이런 주장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이다. 미국은 큰 기대를 하면서 이 협정을 완성하였다. 오히려 자기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의약관련협정을 할 때는 아무런 통고 없이 회의장에 나타나지도 않는 무례함까지 보였었다. 그러나 그 협정의 결과는 트럼프 주장대로라면 오히려 미국 측 무역적자를 증대하는 것이었다. 한미 양국은 모두 왜 그랬는가하는 이유를 잘 분석하여야 한다. 이것은 한미무역 문제가 아니라 한중 무역에서도 똑 같이 적용된다. 무역이란 결코 시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즉 쌍방의 이익이 일치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인들이 우리상품을 사는 이유는 한국이 예뻐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상품이 좋아서인 것이다. 미국이 우리나라 차 보다 더 예쁘고 값싸고 성능 좋은 차를 만든다면 미국 국민들이 우리차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즉 우리가 값싸고 좋은 차를 미국에 수출함으로써 우리만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들도 더 적은 돈을 가지고 더 좋은 차를 삼으로써 그들의 만족도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똑같이 우리나라 공무원들도 알아야 한다.

작금 사드 등을 이유로 중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태도를 보면 중국이 과연 큰 나라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어떻게 K 팝 연예인들의 공연을 취소시키고, 사소한 무역 제한 조치를 하는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일본은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누구도 일본을 큰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큰 나라답게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주장을 해도 무역 등에서 그가 원하는 만큼의 효과는 얻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이 과거와 같은 절대적 비교우위를 갖고 있지 않고, 세계는 너무나 많이 서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나에서 이익을 취하면 다른 하나에서는 손해를 보는 것이 지금의 세계 이치다. 미래는 절대로 한나라의 이익만을 취할 수 없다. 공동번영 만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하여 세계 모든 지도자가 알았으면 좋겠다.

경희대학교 김상국 교수 [데일리시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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