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삼성전자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정식으로 탈퇴원을 제출했다.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련 계열사들도 탈퇴원을 냈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생명, 신라호텔, 삼성증권, 에스원, 제일기획 등 나머지 계열사들도 조만간 탈퇴 절차를 밟아 삼성그룹은 전경련을 완전히 탈퇴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더는 전경련 지원금을 납부하지 않고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약속이 실천에 옮겨졌다는 점에서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앞서 LG는 지난해 12월 27일에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전경련에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SK와 현대차도 탈퇴 형식과 절차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2015년 기준으로 전경련 연간회비 492억원 가운데 77%가량인 378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그룹이 탈퇴하고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전경련은 사실상 존속하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전경련 탈퇴는 사실상 전경련의 와해를 의미한다. 4대그룹의 탈퇴는 다른 대기업 회원사들의 전경련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대기업들이 수백억원을 후원하는 과정에서 모금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밝혀진 이후 거센 해체 여론에 직면했다. 회원사들도 ‘정경 유착의 창구’로 지목된 전경련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설립 이래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에 전달하는 유일한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민간 경제외교의 창구로도 활동하며 수출 진흥에 이바지하고 정부 규제에 적극 대응하는 역할을 하는 등 대기업과 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나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탈북자 단체 우회 지원에 대한 의혹이 제기 되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까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체 위기에 내몰렸다.

전경련 측은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각종 쇄신안을 마련하며 회원사들을 설득하고 나섰지만 한번 시작된 그룹의 ‘탈퇴 러시’를 막아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부 기업 총수는 전경련을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형태로 바꾸고 친목단체로는 남겨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경련을 해체하느냐, 남겨두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전경련의 해체가 가져다주는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적을 많이 받아 왔지만 최순실 사건과 국정조사를 통해 전경련은 국민들에게 ‘정경유착의 창구’로 각인됐다. 따라서 전경련의 해체는 이러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이다.
이정우 논설위원 [데일리시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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