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가 구제역을 잡는 핵심 카드인 백신이 거의 효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백신을 접종하면 구제역 발생을 차단할 수 있다면서 전적으로 축산 농가에 백신 접종을 맡기고, 사후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사실도 밝혀졌다. 대한민국의 농정 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신접종 대책은 구제역 확산을 막아 청정국 지위를 조속히 회복하겠다며 2010년 12월 마련한 비상 대책이었지만 오히려 그 이전보다 구제역 발생 빈도가 더 잦아졌다. 지난 16년간 살처분 비용과 생계안정자금 등 구제역과 관련해 투입한 혈세만 해도 3조3천127억원에 달한다.

축산농민들은 심지어 당국이 제대로 된 접종법 교육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접종법도 모른 채 백신을 놓은 농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백신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축사 소독 등 차단 방역에 안일해 구제역 확산을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염병 예방은 철저한 축사 안팎 소독과 외부인 통제, 출입 차량에 대한 철저한 소독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백신 도입 이후 가장 원칙적인 차단 방역에 소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 보은, 전북 정읍, 경기 연천에서 잇따라 터진 데 이어 어제는 보은에서 추가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자칫 AI사태처럼 대재앙의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정부당국은 최선을 다해 구제역의 전국 확산을 막아야 한다. AI사태를 경험한 정부당국이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했지만 구제역은 더욱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제역이 돼지로까지 확산되기라도 한다면 축산농가는 대재앙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데일리시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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