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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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검찰에 고발된다. 그룹간의 거래를 통한 일명 ‘통행세’로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계열사인 SPC삼립에 챙겨주었다는 혐의로 말이다. 그것도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공정위가 이같은 부당이익 챙기는 과정에 그룹총수인 허영인 회장이 간여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조사한 뒤 수백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고발키로 한 것이다.
  
그룹 총수가 통행세를 챙기다 검찰에 고발당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통행세로 이익을 챙기는 행위는 과거 오래된 ‘치사한’ 수법으로 지금은 내부거래로 범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통행세로 기업이 이익을 챙긴 만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에 적발된 SPC그룹의 부당지원행태를 들여다 보면 빵을 만드는 재료인 밀가루와 계란 등을 SPC삼립을 통해서 구매하라는 것이었다. 밀가루와 계란 등의 통행세로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니 놀랍다. 아연실색(啞然失色)할 일이 아닌가?
 
허영인 회장의 특정 기업에 대한 부당이익 챙기기는 2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주기 위해 벌어진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SPC 그룹 내 상장사인 삼립의 주가를 높인 후 총수 2세가 보유한 삼립 주식을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의 주식으로 바꾸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파리크라상은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가졌기 때문에 2세 지분을 늘리면 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다는 게 공정위의 생각이다.

결국 이같은 허영인 회장의 계획은 공정위의 추적 조사로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SPC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이 적고 상장회사이므로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고 전했다.

물론 허영인 회장의 행위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허영인 회장의 이같은 통행세 챙기는 행위는 재벌 오너들의 도덕심과 기업가 정신이 무너져 내린 사례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많은 국민이 사랑하는 파리바게트와 파리크라상 같은 기업을 운영하는 그룹총수의 이같은 통행세 챙기는 부당행위는 소비자들에게 너무도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비록 ‘빵장사’로 시작해 많은 돈을 벌었지만, 이를 그룹으로 성장시킨 허영인 회장의 성공사례에 감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같은 행태가 정부당국에 의해 드러난 것은 참으로 답답하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허영인 회장과 SPC 그룹 오너일가에 기업가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낭만적인 꿈에 불과한 걸까?  

[데일리시사닷컴 김태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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