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이사회 분리 3년만에 LG 주요 계열사 다시 대표이사·의장 겸직...왜? 
"이사회 제 기능 할 수 있겠나“ 의구심···ESG 경영과도 맞지않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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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시사닷컴]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배 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LG화학·LG유플러스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3년전 과감하게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던 지배구조 체제를 포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배구조가 후진적으로 퇴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마디로 LG의 ‘3년 공든탑’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27일 LG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3일 정기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어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를 이사회 신임 의장으로 선임했다.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도 같은 날 정기주총과 이사회를 열고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정호영 대표이사 사장을, LG유플러스에서는 황현식 대표이사 사장을 각각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해 빠른 의사결정으로 불확실한 경영상황을 헤쳐나가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LG그룹은 불과 3년전,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다음해인 2019년 3월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대표이사는 사업에 집중하고, 이사회는 독립성을 강화해 장기적인 성장동력 발굴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당시 LG그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구광모 회장 취임 1년을 앞두고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분리해 '자율경영'을 강화한 구광모호(號)의 경영체제가 공고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LG그룹이 왜 과거로 회귀했는지?”에 대해 의문점이 생기는 대목이다.

물론 기업이 불확실한 경영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이사회 본연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 더욱이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강화하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

이사회는 독립적인 기구로 경영을 모니터링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승인해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이들 주요 계열사들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다시 겸직해 최소한의 이사회 기능 조차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을 외면한 셈이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왜 과거로 회귀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LG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선택한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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