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읍소에도 표심 악영향 불보듯…서울 필승결의 회견도 취소
'이재명 효과' 극대화 구상에도 빨간불…궤도수정 불가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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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시사닷컴]3선 중진인 박완주 의원 성 비위 의혹 파문으로 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다른 의원들이 관여된 성 비위 의혹도 연이어 불거지는 등 대선패배 충격에 채 가시지 않은 민주당이 다시 대형 악재를 마주한 형국이 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 의원을 성비위 의혹으로 제명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주요 멤버로 당내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데다 개혁 성향의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당내에 적지않은 충격파를 던졌다.

    여기에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 측에서는 "다른 성 비위 제보도 여러 건 접수돼 있다"고 폭로하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 다른 의원들의 성 비위 의혹이나, 당 소속 의원 보좌진의 2차 가해 의혹 등이 수시로 터져나오면 민주당은 이날 벌집 쑤신듯 어수선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우선 SBS는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최강욱 의원이 더 많은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날조"라고 부인했다.

    여기에 이상헌 의원에 대해서도 성 비위 혐의 사건이 당에 접수됐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민주당은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상헌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근거없는 추정기사를 낸 매체와 확인없이 후속보도를 한 매체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가짜뉴스 확대 재생산 주체에 책임을 명확히 물을 것"이라고 했다.

    김원이 의원의 경우 본인의 비위는 아니지만, 예전 보좌관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김 의원의 측근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사건은 민주당 윤리감찰단이 조사 중이며, 김 의원도 사과를 하면서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에서는 연이어 거론된 성추문 의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커다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비롯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르기까지 반복된 성 추문으로 지탄을 받아온 상황에서 또 한 번 '성 비위 의혹' 정당이라는 오명을 자초한 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고개를 숙이며 진화에 나섰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박 의원 제명과 관련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을 대표해 피해자분과 가족분들, 국민께 사과드린다"라며 "당내 성 비위를 막고자 최선을 다했지만 또 사고가 터졌다"고 말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한 회견에서 박 위원장은 "현재 의혹이 제기돼 조사 중인 다른 사안의 진상도 철저히 밝히고 예외 없이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무관용 원칙으로 성 비위를 단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비친 것이었으나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잇단 성 추문 의혹이 사실상 지방선거 출정일에 나왔다는 점에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필승 결의 공명선거 다짐'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날 오전 11시 25분께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해당 일정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당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공식선거 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외부에서 하는 기자회견이 선거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어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의 제명 결정이 내려진 지 1시간 남짓 뒤에 해당 일정이 취소된 것은 결국 예상치 못한 악재에 당이 그만큼 충격에 휩싸인 것이라는 해석을 낳게 했다.

    박 의원의 제명 탓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상임고문을 필두로 야심 차게 지방선거를 치르고자 했던 민주당의 선거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애초 민주당은 경기지사를 지낸 커리어를 바탕으로 수도권 표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이 상임고문을 전면에 내세워 승리를 노려볼 요량이었다.

    대선 패배에 침체된 민주당 유권자들을 다시 한번 결집하고 당의 재건을 꾀한다는 것이었다.

    애초 지도부와 함께 이날 청계광장 기자회견에 나서기로 했을 만큼 이번 선거에서 이 전 지사가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 유권자가 각종 이슈에 민감한 중도 성향이라는 점은 민주당의 숨통을 더욱 죄는 형국이어서 위기 수습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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