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주주가치 제고정책 없고 명분부족..투자심리에 부정적”
현대백화점,“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로 주주가치 끌어올릴 것”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현대백화점그룹 제공=연합뉴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현대백화점그룹 제공=연합뉴스]

[데일리시사닷컴]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설립은 명확한 명분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정책이 없기 때문에 투자심리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됐다.

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은 지난 16일 지주사 전환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신설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23.24%)와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76.76%)으로 인적 분할된다.

현대백화점 주요 자회사 중 하나인 한무쇼핑이 신설되는 지주사로 분할, 편입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며 논란거리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리포트를 통해 “현대백화점은 설립되는 지주사를 통해 신규 아울렛 출점과 온라인 등 신사업 동력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나, 지주사 설립에 대한 명확한 명분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주사가 설립되면 매년 150억원에 달하는 한무쇼핑의 배당수익은 현대백화점홀딩스로 넘어간다. 홀딩스는 이 배당금을 신사업에 사용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적 분할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가 주변에서는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돼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반응은 싸늘하다.

20일 현대백화점은 전 거래일 대비 0.86% 내린 5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인 19일도 전 전 거래일 대비 3.8% 하락한 5만8300원에 마감했다.

네이버 증권 주식토론방에는 이번 지주사 전환에 대해 기업가치훼손과 주가하락 우려에 대한 반발 댓글이 다수 게시됐다.

김 연구원은 “한무쇼핑은 현재 백화점과 아울렛 사업만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신설되는 지주사가 현재 현대백화점이 받는 밸류에이션 배수를 넘어서 받기 힘들다”며 “지주사 설립에 따라 현대백화점 기업가치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적시했다.

현대백화점측은 인적 분할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명분이 부족하다” 는 등의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명주 연구원의 ‘명분 부족’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아쉬운 인적 분할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도 “지주사 전환이 최선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의 실효성은 중장기적으로 검증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의 추가 지분 매입 등 재원 마련을 위해 자회사 배당 성향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주주 입장에서는 주주환원 정책 확대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한편 현대백화점 측은 기업가치 저하 우려에 대해 “한무쇼핑이 손자회사일 때보다 자회사일 때 자금 활용이 수월하다. 이번 인적분할로 한무쇼핑 가치가 현재 백화점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던 부분이 제대로 평가 받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측의 이같은 주장처럼 지주사 설립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이번 지주사 설립 공시가 정지선 회장의 패착(?)이라는 평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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