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오늘 ‘긴급 재정집행 관계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각 부처에 재정의 조기집행을 독려하고 나섰다. 1분기 조기 집행률을 역대 최고 수준인 31%까지 끌어올려서라도 경기부양에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1분기 예산집행 비율 31%는 지난해 1분기(31%)와 동일한 수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2014년에는 28.0%였고, 2015년은 29.0% 였다. 경제부총리의 ‘재정 조기집행률 31.0%’ 발언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려운데 재정 확대 이외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 예산은 7000여개의 크고 작은 사업들이 모여 역대 최대 규모인 약 400조원으로 편성됐다. 유 부총리 생각대로 각 부처에서 개별 사업 하나 하나의 집행에 최선을 다해 준다면 경기 회복의 밑거름이 될 것임을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당연한 조치로 평가된다.

작금의 우리 경제상황은 그야말로 앞뒤로, 국내외적으로 꽉 막힌 형국이다. 이미 사상 최악의 AI 사태와 청년실업 문제 등으로 국내 상황은 한치도 내다보기 어렵다. 게다가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대기업 조차 몸을 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 마저 커지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경제의 활력을 위한 트리거(방아쇠)로서, 또 도약을 위한 디딤돌로서 재정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할 때”라는 유 부총리의 발언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재정 조기 집행 외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2월 추경은 야당이 반대하고 나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추경은 한다 하더라도 정치권의 지금 상황으로는 대선이 끝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당국의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정부당국이 이렇게 엄중한 경제위기상황에서 연초 경기 위축을 막고 성장세를 강화하기 위한 재정의 조기집행은 당연한 조처이다. 우선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은 민간 경제주체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그런 점에서 각부처는 우리의 경제 상황이 엄중함을 인식하고 정말로 세심하게 집행해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당국은 재정의 조기집행 달성이라는 수치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재정의 조기집행 효과가 현장에서 국민과 민간 경제주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세밀하게 신경써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정부가 갖고 있는 마지막 수단인 재정조기집행이라는 카드마저 별 효과가 없다면 우리 경제의 앞길은 정말 캄캄하다. 정부당국은 이처럼 엄중한 상황을 다시 한번 더 인식하고 재정 조기 집행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세밀하게 추진해주길 촉구한다.

아울러 불안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나랏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재정에만 의존하기 보단 이제는 경제체질을 바꿀 패러다임 전환에 주력해야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데일리시사닷컴]
저작권자 © 데일리시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