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청원 의원간의 인적청산을 둘러싼 ‘막말’ 싸움은 참으로 가관이다. 게다가 어제는 서청원 의원이 “인명진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그만두시고 대선이 끝나면 제가 노력해 여당 의장으로 모시도록 하겠다'고 했다”는 ‘국회의장 밀약설’을 폭로했다. 물론 인명진 위원장은 “그런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서청원 의원이 어제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인명진 위원장이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하듯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인명진 위원장이 자신과 최경환 의원을 “악성 종양의 핵으로 비유하며, 일본 같으면 할복했을 것”이라며 몰아부친 것에 맞받아친 것이다. 또 ‘국회의장 밀약설’에 대한 합의를 깨고 자신을 비난한 인명진 위원장을 “거짓말쟁이 성직자”라고 비난했다.

정치권의 원로인 두 사람의 막말 싸움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담한 형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차라리 해체하라”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해있는 새누리당이 이제 막말싸움에 ‘국회의장 밀약설’까지 논란에 휩쌓이며 “정말 갈데까지 간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통령 탄핵소추와 국정농단이라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사실상 무한 공동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국민 앞에 고개숙여 혁신을 하겠다며 용서해달라고 한 지 불과 며칠이나 지났나.

새누리당의 혁신과 쇄신은 차치하더라도 여당 원로격인 두 사람의 막말 싸움과 ‘국회의장 밀약설’ 파문으로 새누리당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마저 잃었다. 새누리당이 혁신을 시작도 하기 전에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꼴이다.

새누리당이 처한 현실이 악성종양을 제거할 정도로 급박하다는 점에서 말 속에 담긴 뜻은 이해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국민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원로답게 같은 말을 하더라도 품격있는 말을 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인명진 위원장이 서청원 의원과 밀약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이다. 국회의장이라는 자리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모인 입법부의 수장 자리이다. 그런 국회의장 직을 놓고 두 사람 간에 뒷거래, 은밀한 밀약이 있었다면 그것은 정말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다.

새누리당은 친박핵심의 인적청산에 앞서 밀약설의 진위부터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일을 한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인명진 위원장이 친박 핵심의 탈당 시한으로 정한 시일이 내일(6일)이다. 새누리당도 서둘러 밀약설의 진위를 밝히길 촉구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명진-서청원 국회의장 밀약설은 여당판 최순실 사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최순실 사태가 왜 생겼느냐. 뒷거래하고 속이고 은폐하고 이런 것 때문에 비롯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를 인명진 위원장과 서청원 의원은 검허하게 받아들어야 한다. 자칫 새누리당이 친박핵심에 대한 인적청산을 강행하면서까지 쇄신을 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한낱 ‘정치적 쇼’가 되지 않을 까 걱정이 앞선다.[데일리시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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