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 화장품 명단’ 28개 중 우리나라 제품 19개, 사실상 ‘불매운동’

[사설]중국이 결국 ‘한국산 화장품 불매운동’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비록 중국 환구시보의 사설을 통한 경고였지만 환구시보가 사실상 중국의 관영 매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중국 정부의 의지라고 봐도 무관하다.

이번 중국의 화장품 불매운동은 지난해 한반도 사드배치 확정 발표 이후 지속되고 있는 ‘무역보복’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중국 측의 조치가 중국 화장품 관련 규정 위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즉각 해명했지만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 화장품 수출액의 70%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구매하는 화장품 물량 또한 어마어마한 상황이다. 만약 이번 한국산 화장품 불매운동 경고를 시작으로 중국 측의 강경한 자세가 계속될 경우 국내 화장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이미 수입화장품 위생허가 및 통관절차 강화 조치에 나섰으며 대 중국 화장품 핵심 마케팅으로 활용되는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을 시행한 데 이어 결국 민간차원의 불매운동이란 압박카드까지 내놨다.

이에 대 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11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4년 2개월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상한가를 기록했던 아모레퍼시픽과 한국콜마 등 국내 화장품 관련기업들의 주가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LG생활건강(-0.71%), 토니모리(-1.23%), 잇츠스킨(-1.76%) 등 화장품 관련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국내 화장품 업계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화장품 업계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강력한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기업들은 사실상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주기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뚜렷한 대책을 내놓아도 모자랄 판에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차지하는 무역비중이 워낙 높은데다 자칫 중국정부의 심기를 건드려 한·중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열린 외교안보 부처의 합동 업무보고에서도 사드 관련 대책 논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 정부가 그만큼 사드 사태를 바라보는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정부는 뒤늦게 중국 정부가 발표한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 28개 중 우리나라 제품이 19개 포함된 것과 관련해 화장품 수입 불허가 무역 보복조치로 판단될 경우 오는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조치가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중국 정부의 조치가 불합리한 것이 맞는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업체 등에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특이사항이 발견된다면 정식으로 문제제기에 나서야 한다.

한·중 FTA 3년 차에 처음 열리는 이번 공동위에서 중국의 ‘무역보복’ 조치를 놓고 반드시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이러한 보복 조치는 화장품 이외 다른 수출품에서도 연이어 발생할 수 있다.[데일리시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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