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주말을 넘겨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측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오늘(15일) 중에는 결정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일(16일)중으로는 결정하겠다고 했다.

특검은 당초 이재용 부회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22시간이 넘도록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 당장이라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듯한 기세였다. 하지만 특검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여러 가지 사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뒤늦게 신중한 태도로 바뀐 것이다.

야당은 특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즉각적인 구속영장 청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주저해선 안된다. 법 앞에 특권이 있어선 안된다는 당연한 상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특검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특히 “삼성은 '권력이 강요한 뇌물'이라지만 백 번 양보해 강요받은 뇌물도 부당한 이익을 보장받았다면 그 역시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면서 “글로벌 삼성의 초라한 변명에 실망할 뿐”이라며 특검의 즉각적인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삼성이 아닌 그 누구라 할지라도 특권을 이용한 범죄 행위가 다시는 발을 못 붙이도록 대못을 박아야 하며 이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첫 걸음”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백번 옳다. 누가 토를 달겠는가?

특검이 지금 고민하는 것은 세계적 기업의 사실상 총수를 도주 우려도 없는데 꼭 구속해야 하는가 하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할 만큼 위기상황이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악이고 도처에 악재만 가득한 상황이다.

국민의 법감정 만을 앞세워 구속했을 경우 예기치 못한 엄청난 후폭풍이 쓰나미처럼 한국경제를 덥쳐 그나마 어려운 경제상황을 최악으로 몰고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특검의 또 다른 고민은 과연 법원도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 의지와 의도를 수용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물론 특검은 삼성 관계자의 증언태도를 근거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특검의 생각처럼 영장을 발부할 지는 미지수다. 확률은 반반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특검이 지금까지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숨가쁘게 달려온 수사 동력(動力)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특검이 고민하는 이유일 것이다.

특검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특검이 영장청구를 놓고 좌고우면하면서 고민하는 사이 어쩌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할 시기를 상실한 것이다.

특검이 진심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해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있었다면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했어야 했다.

오로지 법과 원칙만을 바라보고 경제위기라든가 재벌총수라고 하는 여타의 변수는 고민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그 고민은 법원에 맡겼어야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논란은 그래서 특검이 자초한 부분이 크다.

아직도 특검이 영장청구 여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면 차라리 불구속수사를 하라. 범죄혐의를 입증할 만큼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 불충분하다면 더욱 그렇다.

대신 대통령과의 정경유착을 비롯한 최순실 사태의 최대 관심사인 ‘삼성뇌물죄’ 혐의를 철저하게 밝혀내는데 집중하는게 옳다. 특검이 삼성뇌물죄를 제대로만 파헤쳐낸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여부는 나중에 재판부에 맡겨도 늦지 않을 것이다.[데일리시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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