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든 600%든 애들은 어차피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는 임원 발언에 “충격”
“경쟁사보다 낮은 성과급 이유는?...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이 상황이 답답”
“일부 게시글 사측이 일방적 삭제” 주장도 나와 논란
최태원 회장의 연봉 반납보다 근본적인 치유 대책 마련이 우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 참석해 SK하이닉스의 작년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SK하이닉스 제공=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 참석해 SK하이닉스의 작년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SK하이닉스 제공=연합뉴스]

[데일리시사닷컴] SK하이닉스 4년차 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게시글이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문제의 게시글은 SK하이닉스의 불투명한 성과급 지급 문제와 조직의 불합리성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지급을 공지한 뒤 사내 게시판에 ‘안녕하십니까, 이석희 CEO님, SK Hynix 구성원 OOO TL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이 게시됐다.

이 직원은 “‘20년 PS(초과이익배분금)  지급안내’ 관련 전사공지가 올라온 이후, 전 구성원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며 “성과급 기준이 되는 EVA(영업이익에서 법인세·금융·자본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 산출 방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경쟁사보다 낮은 성과급의 이유는 무엇이냐"고도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명확한 답을 구하지도 못하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이 상황이  답답하다. 대다수의 구성원도 동감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한마디로 불투명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회사측의 성과급 지급 기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직원은 또 SK하이닉스의 조직 문화도 아프게 꼬집었다.

직원은 “구성원 사이에서 SK그룹 특정 임원의 발언이 이슈되고 있다”며 “임원의 발언 중 ‘400%든 600%든 애들은 어차피 지나면 다 잊어버릴 것이다’, ‘영업이익 5조를 맞춰야하니 PS 더 주지 말아라’라는 내용을 알고 있으신지”라며 이석희 대표이사에게 반문했다,

직원은 또 “SK이노베이션의 적자상황이나 이익공유제 부담금 충족이 어려워 SK하이닉스가 그 부분을 충당하고 있다는 사항이 사실인지도 궁금하다”며 이석희 사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게시글에는 “구성원들이 모두 일하지 말자, 파업하자는 분위기”라고도 적시했다.

또 올해도 0~3년차 구성원들의 대거 퇴사가 예측된다고 지적했다. 손실되는 중요 인력에 대해, 인사팀은 ‘나가면 더 뽑으면 되지’라는 마인드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직원은 “구성원에게 뿌리박힌 이 부정적인 생각을 어떻게 바꿔주실 지 궁금하다”며 이석희 사장의 답을 거듭 요구했다.

이렇게 성과급 등에 대해 사내 불만이 불거지자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섰다. “SK하이닉스로부터 받은 지난해 연봉 30억원을 모두 반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자신이 받은 연봉을 반납해 SK하이닉스 임직원들에게 나눔으로써 논란을 종식시켜 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4년차 직원이 지적한 성과급 배분 기준의 투명한 공개와 일부 임원의 왜곡된 발언을 비롯한 SK하이닉스의 불합리한 조직문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최 회장이 반납한 30억원은 그 빛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4년차 직원의 말처럼 “누군가는 이런 상황이 매년 발생하고, 잠깐 지나면 잠잠해질 하나의 바람처럼 생각하고는 있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SK하이닉스가 성과급 기준과 조직문화에 대한 불합리성을 지적한 구성원들의 게시물을 규정위반이라는 이유로 임의 삭제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사내불만이 더욱 커지는 모양이다. SK하이닉스 경영진들이 ‘일단 덮고 보자’는 식의 인식이 드러난 게 아닌가하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직원의 지적처럼 SK하이닉스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불통이라는 조직문화가 지속된다면 내년에도 바람처럼 이같은 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왕에 최태원 회장이 이번 사태를 들여다 봤다면 4년차 직원의 게시글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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