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상업회의소,"풋옵션 계약 유효하고, 신 회장이 계약 위반 책임”
"경영권 지켰지만 시장 신뢰 깨뜨려...풋옵션 무효 주장하기도"
향후 추가 분쟁 예상돼 지배구조 흔들릴 수도..진행중이 법적분쟁도 부담

 

신창재 회장[사진=연합뉴스]
신창재 회장[사진=연합뉴스]

[데일리시사닷컴]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 어피너티컨소시엄간의 2조원대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에 대한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가 일단락됐다.

ICC 중재재판부는 지난 6일 “평가액(40만9천원)으로 풋옵션을 이행하게(주식 매수) 해달라”는 어피너티의 요구를 기각했다.
 
중재 결과만 보면 신 회장이 어피니티가 요구하는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지 않아도 돼 외견상으로는 신 회장이 승소한 모양새이다. 

하지만 재판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신 회장이 잃은게 더 많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상장을 전제로 투자를 받은 뒤 약속을 지키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해 국내외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했을 뿐아니라 신 회장의 도덕성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신창재 회장과 교보생명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추락하면서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ICC 중재재판부의 판결문에는 이같은 지적이 더욱 뚜렷해진다. 

풋옵션 이행은 기각했지만 “신창재 회장과 어피너티 간 풋옵션 계약이 유효하고, 신 회장이 계약을 위반했다”는 게 판결문의 요지이다.

즉 “신창재 회장이 '패소'(the losing party)했다”고 명시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ICC의 풋옵션 기각 결정은 한국법원을 통해 강제할 수 없다면 중재결정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어피너티의 주장이 옳다고 인정하면서도 신 회장에게 주식 매수를 명령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창재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분명하지만 한국 상황을 감안한 판결이라는 이야기다.

"눈앞의 경영권 지켰지만,사실상 판정패 당해 지배구조 불확실성 여전"

결국 주식을 매입하지 않아도 돼 눈앞의 경영권은 지켰지만, 내용적으로는 어피니티 측에 판정패를 당해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ICC 중재재판부가 이번 갈등의 원인으로 주주와의 신뢰를 저버린 신창재 회장 측을 지목하면서 그동안 신 회장이 경영인으로서 쌓아온 명예에도 흠집이 생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ICC 중재재판부는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위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했을 뿐 아니라 신 회장이 30일 이내에 가치평가보고서를 제출할 본인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수십억원대 소송 비용을 신 회장측이 책임지라고 주문했다. 통상 법정분쟁에서 진 쪽이 재판 비용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신 회장측이 패소했음을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갈등의 시작은 2012년 신 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으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넘기며 시작됐다. 회사가 2015년 9월30일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문제가 된 것이다.

기한 내 상장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고, 이에 신 회장이 응하지 않으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딜로이트안진이 산출한 주당 40만9000원의 풋옵션 행사 가격이 신 회장 측 생각(약 20만원)보다 높다는 게 쟁점이었다.

신 회장이 패소했다면 교보생명의 지배구조는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횡이다.
신 회장이 풋옵션 대금을 확보하고자 교보생명 보유지분(33.78%)을 팔아야할 수 있어서다. 이 때 마련해야 하는 자금은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 회장, 어려운 시기 함께한 주주와의 약속을 깬 것으로 아니냐" 지적

하지만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국내외 반응은 냉랭하다. 신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주주와의 약속을 깬 것으로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풋옵션 행사 가격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재 과정에서 풋옵션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상장을 약조하며 우호지분을 확보한 신 회장이 버티기로 일관함으로써 투자자와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신 회장은 지난해 4월 어피니티 측과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등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양측이 공모해 풋옵션 가격을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어피니티측은 ICC 판결 내용을 법원에 제출했다. 또 “풋옵션이 유효하고 신 회장이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ICC의 판단을 근거로 국내에서 계약이행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소송으로 번질게 뻔하다.

이번 판결로 새 국면을 맞는 국내에서의 재판 결과도 신 회장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창재 회장은 “ 상장을 전제로 투자를 받고도 결과적으로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금융권과 산업계 전반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을 되새겨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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