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펀드매니저, 회사 상대 10억 소송
사측 “소송 제기되면 성실히 임할 것”

[데일리시사닷컴] 정부가 최근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제한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내 사업장 500곳에 대해 집중 감독을 벌인 가운데 메리츠자산운용이 육아휴직을 신청한 여성 직원을 부당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에 휩싸였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신청한 뒤 퇴직 통보를 받은 메리츠 자산운용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메리츠 자산운용 펀드 매니저 A 모 씨는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회사가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했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국내에서 육아휴직을 이유로 제기된 해고 관련 소송 가운데 국내 최고 액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A 모 씨 지난 2018년 메리츠 자산운용 마케팅 팀으로 입사했으며 이후 펀드 매니저 업무를 추가로 맡게 됐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육아휴직 신청 후 본인이 맡았던 업무를 인수인계 하는 차원에서 팀원과 1차 미팅을 마쳤다. 미팅 나흘 뒤인 23일 A 씨가 사측으로부터 받은 메일은 ‘근로계약 종료 통보서’ 였는데 메일을 받기 전까지 회사 측은 A씨에게 아무런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명목상은 계약기간 종료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육아휴직을 신청했기 때문에 퇴사를 당한 것이라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마케팅 업무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 계약직으로 고용이 보장받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통보서에는 ‘상기인은 2022년 12월 31일자로 메리츠자산운용과 체결한 근로계약을 종료됨을 통보한다’고 적혀 있었다. 퇴직 메일에는 별도의 설명 없이 “회사의 결정에 따라 첨부와 같이 근로계약 종료 통보서를 발송한다”며 단 3줄의 일방적인 통보 내용만 적시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한국에서 육아휴직 관련 소송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비슷한 처지로 불이익을 받는 워킹맘·워킹대디들을 위한 새로운 판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메리츠 자산운용 측은 “아직 회사로 송달된 소장은 없다”며 “A 씨의 경력증명서에 ‘의원퇴직’으로 된 부분은 본인의 수정 요청으로 ‘기간만료’로 수정해 재발급했다. 당사자가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지났는데 구제기간이 지난 후에 어떤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소송이 제기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A 씨의 부당해고 건과 관련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앞서 지난 6월 정부가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제한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장 500곳에 대해 집중 감독을 실시했다. 이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데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모성보호 신고센터’를 개설, 올 상반기 500개 사업장의 육아휴직 위반 여부를 집중 감독할 방침이다. 지난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육아휴직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위반 비중이 높은 업종에 대해선 감독 대상 사업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근로자가 법에서 보장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감독의 실효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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