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법인서 20억원 유출 사고...현지 직원 아이디·패스워드로 자금 빼낸 정황
우리은행, 자금유출.부실 횡령은행 오명 이어가...우리은행 “사실관계를 파악 중”

[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데일리시사닷컴] 최근 금융기관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등 금융 보안시스템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지난해 700억대 횡령사고로 내부통제 관리 능력에 심각한 구멍을 드러냈던 우리은행이 또 시끄럽다. 우리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 파생 거래에서 1000억원에 가까운 평가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나고 이와 관련해 최근 직원들에 대해 대규모 징계 처분이 내려지면서 내부통제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는데 이번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터져나오며 관리 부실상을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8일 금융권과 머니에스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께 우리은행 필리핀 법인 우리웰스뱅크필리핀에서 약 20억원 규모의 자금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외부인이 해킹을 통해 확보한 현지 직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자금을 유출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특이한 점은 이번 사건은 외부인이 해킹을 통해 확보한 현지 직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자금을 유출시킨 것이어서 종전 내부직원에 의한 자금횡령과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사고는 외부인에 의한 원격조종을 통해 인출한 사고로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에 우리웰스뱅크필리핀의 20억원 자금유출 사고를 보고하고 무자원 입금을 차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우리은행은 국내 내부는 물론 해외 법인의 전산상황까지 보안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금감원과 우리은행 본점은 우리웰스뱅크필리핀의 정확한 해킹사고 경위 조사에 착수했으나 20억원의 자금 회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금융계의 관측이다.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의 보안시스템에 또 한번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웰스 디벨롭먼트 뱅크는 필리핀 세부에 본점이 있으며 우리은행의 지분 인수 이후 우리웰스뱅크필리핀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올 9월 말 기준 2972억원 규모 자산의 중형 저축은행으로 현지에 25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자금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며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정확한 입장을 듣기위해 수차례 우리은행 측 책임자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은행이 잇따른 횡령과 파생상품 손실 등의 문제로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했지만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이는 등 우리금융 내부통제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700억원대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는 등 내부 부실관리로 고객들의 신뢰를 크게 잃고 있다. 올해 6월엔 자체 리스크 관리 실태 점검 결과 ELS 상품 관련 파생 거래에서 평가 손실 962억원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올해 6월 말 상반기 결산에 손실로 약 1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반영했다.

문제는 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우리금융지주의 2분기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관련 손실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단 점이다. 통상 일회성 요인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구체적인 손실 내역을 밝혀 시장에 혼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업설명회(IR)의 역할이지만 우리은행은 3분기가 지나서야 관련 내용을 밝혔다. 주주 및 투자자 등 대외소통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직원들의 거액 횡령에 이은 대형 악재로 우리은행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안도 커지면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시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