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136개 회사서 미등기임원 재직
이사등재 비율 5년 만에 증가…총수 본인, 이사직 2.8개 겸직
이사회 원안 가결률 99.3%…사외이사 반대 안건 0.2% '거수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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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시사닷컴]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중 총수(동일인) 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회사가 136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 임원으로서 부담하는 경영상 책임은 회피하면서, 각종 권한과 혜택만 챙기는 관행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사회 내 견제 기능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안건 대부분에 찬성표를 던지며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향도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을 26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82개 중 신규 지정 집단 8개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73개 집단 소속 2천735개 계열회사(상장사 309개, 비상장사 2천426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총수 일가 경영 참여 현황 분석은 총수 있는 64개 집단 소속 2천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분석 대상 회사 중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6%(433개)였다.
 총수 일가 등재 회사의 비율은 2018년 21.8%를 시작으로 2019년 17.8%, 2020년 16.4, 2021년 15.2%, 2022년 14.5%로 감소하다가 5년 만에 증가 전환됐다.
 집단별로 보면 전체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068270](88.9%)이었다. 9개 계열사 중 8개사에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반면 삼천리[004690]와 이랜드, 미래에셋, 태광, DL[000210] 등 5개 집단은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회사의 비율 상승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소유와 경영 분리 및 경영 전문성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 본인은 이사직을 평균 2.8개(총수 2·3세는 2.5개) 겸직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재직하는 비율이 87.4%로 매우 높았다. 
 총수 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도 136개 있었다. 집단별로는 중흥건설이 10개로 가장 많았고, 유진(8개), 하이트진로[000080](7개), DB[012030](5개) 순이었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위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직위는 57.5%로 절반 이상이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미등기 임원으로서 권한만 누리는 회사가 여전히 많다"며 "제도적 장치의 실질적 작동 측면에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은 51.5%로 작년(51.7%)보다 소폭 감소했다.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3%에 달했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의 0.7%인 55건에 불과했고, 이중 사외이사가 반대한 건은 0.2%인 16건에 그쳤다.
 이사회 내 견제 기능을 해야 할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주주총회에서의 소수 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한 제도인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6.4%였다.
 집중·서면투표제는 도입률과 실시율이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전자투표제는 83.5%의 상장사가 도입했다.
 상장사 소수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에 도입된 소수주주권은 총 36건 행사됐다. 여전히 소수 주주권이 확실히 보장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다.
 다만 주주제안권(16건)과 주주명부 열람청구권(10건) 행사 건수는 작년보다 상승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 관련 현황을 지속 분석·공개해 시장의 자율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지배 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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