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전 낙찰자·가격 합의, 입찰담합...유연탄 입찰 담합 첫 적발
석탄 구매 입찰서 담합한 3개 업체에 시정명령, 과징금 16억 부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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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시사닷컴] 공공기관이 발주한 석탄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LX인터내셔널, 코오롱글로벌, SK네트웍스 등 3개사가 10억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들 3개 업체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발주한 석탄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 등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국내 석탄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연탄 시장에서의 입찰담합을 적발․제재한 최초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공단이 발주한 석탄 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투찰가격 등을 담합 행위를 한 이들 3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6억29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LX인터내셔널이 8억86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코오롱글로벌은 4억4300만원, SK네트웍스는 3억원 순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사건 입찰은 공단 내 발전소에 사용할 중국산 유연탄(션화탄)을 조달할 목적으로 국내에서 션화탄을 취급하는 LX인터내셔널, 코오롱글로벌, SK네트웍스 등 3개사를 대상으로 지명경쟁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 3개사는 지난 2016년 9월 공단이 실시한 석탄 구매 입찰에 앞서 LX인터내셔널을 낙찰예정자로 합의한 후 SK네트웍스는 입찰에 불참하고 코오롱글로벌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는 등 이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7월 실시된 입찰에서는 LX인터내셔널과 코오롱글로벌 2개사가 사전에 낙찰예정자 및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으며 그 결과 LX인터내셔널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석탄은 지표에 퇴적된 유기물질이 물리·화학적 변화에 의한 탄화 작용에 의해 생성된 물질로, 2020년 기준 세계 1차 에너지 소비량의 27.2%를 차지해 석유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에너지원이다. 탄화 정도에 따라 무연탄과 유연탄으로 분류된다. 무연탄은 검은 빛을 뜨고 금속광택이 있으며 단단하고 연소 시 연기가 나지 않는 석탄으로, 1980년 이전까지 국내에서 군사용·난방용으로 주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연탄 제조 및 발전용, 특수강 제작용, 상수도 정수용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유연탄은 이탄, 갈탄, 역청탄 등 여러 탄종으로 분류되며 용도에 따라 사용 탄종 및 수입국에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유연탄은 발전용 연료, 제철용, 시멘트 제조용 등의 용도로 주로 소비(국내 사용 비중 88.4%)되고 있다. 이 사건 입찰과 관련되는 중국 션화사가 공급하는 유연탄(션화탄)의 경우 한국까지 운송비용이 낮으면서도 높은 열량을 가지며, 다른 중국산 석탄과 달리 유황 성분 함유량이 낮아 국내 환경기준에 부합해 국내 소규모 석탄 수요처들이 션화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공단은 2016년 최초로 션화탄을 입찰을 통해 구매하기 시작했으며 낙찰자 결정 방식은 지명경쟁 최저가 입찰방식이었다. 구매량은 2016년 18만톤, 2017년 12만톤으로, 하나의 낙찰자가 해당 물량 전체를 단독으로 공급하는 것이 입찰의 조건이었다. 공단은 2016년 8월 션화탄 18만 톤을 구매하기로 하는 입찰 공고를 하면서 LX인터내셔널, 코오롱글로벌, SK네트웍스를 입찰참여자로 지명했다. 이 중 낙찰자는 공고된 물량 18만 톤 전체를 단독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3사가 각각 보유하고 있었던 션화탄 물량은 18만 톤에 미치지 못해 누구도 단독으로 18만 톤 전량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LX인터내셔널은 SK네트웍스와 2016년 8월경 임원급 모임을 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하지 말자는 논의를 하는 한편, SK네트웍스 보유 물량 중 6만 톤을 자신에게 판매할 것을 제안했고, 이후 SK네트웍스는 입찰참가를 포기하고 6만 톤을 LX인터내셔널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LX인터내셔널은 2016년 8월 코오롱글로벌에게도 보유 물량 중 6만 톤을 매도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LX인터내셔널의 투찰가격을 사전에 알려주었다. 이후 코오롱글로벌은 입찰에 참여해 LX인터내셔널의 투찰가격보다 높게 투찰함으로써 합의를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은 2017년 석탄 구매 입찰을 공고하면서 지명업체, 낙찰자 결정 방식, 낙찰자의 물량 전량 공급 조건 등에 대해 2016년 입찰과 동일하게 정하되, 구입 수량은 12만 톤으로 하는 구매 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LX인터내셔널과 코오롱글로벌은 해당 입찰에서 LX인터내셔널을 낙찰자로 사전 합의하면서 유찰 방지를 위해 코오롱글로벌이 형식상 입찰에 참가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 물가상승 및 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에너지 분야의 담합행위 근절을 위해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적발 시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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