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회장 인선 절차 공정성 부족" vs 포스코 "편향 없이 엄중히 심사"
리더십 교체기 혼란이 리스크로 번질까 우려…"KT 때와는 다르다" 관측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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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시사닷컴]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최정우 회장의 3연임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최 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관해 침묵 중이지만,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3연임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되는 상황에서 그가 3연임 도전을 강행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난 KT 대표 인선 과정에 적극 개입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을 떠올리며 포스코그룹의 차기 리더십 구축 경로가 결국 'KT 데자뷔'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최 회장에 대한 3연임 반대로 해석되는 발언은 지난 28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언론 인터뷰에서 나왔다.
 김 이사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홀딩스 대표 선임은 KT 사례 때 밝힌 바와 같이 주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내·외부인에게 차별 없이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밝혔다.
 통상 '주인 없는 회사'로 일컬어지는 소유분산 기업은 과거 정부 투자 기업이나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로, KT, 포스코홀딩스, 각종 금융지주회사 등이 해당한다.
 이들 기업은 최고경영자(CEO)가 광범위한 지배권을 가지게 되고, 이에 따라 부적절한 장기 연임이 이뤄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김 이사장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KT 대표 선임 당시에도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에 대해 사실상 차례로 비토를 놓으면서 KT의 대표 선임 절차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이유로 김 이사장이 포스코홀딩스의 회장 선임 절차 시작 시점에 구체적으로 'KT 사례'를 거론한 것을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의미심장하다"는 말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확정한 지배구조 개편안에서 신임 회장 추천을 위한 'CEO승계카운슬'을 폐지하고 'CEO후보추천위원회'에 회장 후보군 발굴과 심사 전권을 부여했다.
 CEO추천위가 모두 최 회장 재임 시기 임명된 현직 이사로 구성됐고 최 회장이 연임 도전 의사 표명 없이도 차기 후보로 포함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최 회장 3연임에 유리한 구조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국민연금이 이런 절차에 반대 의견을 표한 것이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의 발언은 KT 이사회가 국민연금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차기 대표 후보를 '퇴짜'를 맞은 뒤 선택한 경로를 참고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시 KT 이사회는 외부 공모 절차에 더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 자문단을 운영하고, 결국 KT 내부 인사가 아닌 LG CNS 출신인 김영섭 대표를 새 리더십으로 선택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KT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회장 인선 절차를 문제 삼고 나섰지만, 포스코 역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포스코홀딩스 CEO추천위는 김 이사장 인터뷰 바로 다음 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연금 측의 '투명성·공정성 부족'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시 보도자료 배포 시점이 새벽 1시 15분 전후여서 언론에서도 이를 이례적인 대응으로 받아들였다.
 포스코는 또 보도자료 배포 당일 바로 추천위 3차 회의를 연 뒤 보도자료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심사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 회장 지원 여부에 전혀 관계없이 오직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 이익을 위해 누구에게도 편향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천위는 또 국내외 주요 주주를 대상으로 회장 후보 추천을 받는 한편, 헤드헌팅 역할을 하는 국내외 유수의 서치펌 10곳을 선정해 회사별로 최대 3명씩 회장 후보 인재를 추천받겠다고도 밝혔다.
 차기 회장 후보의 첫 번째 관문인 '롱리스트'를 내년 1월 중순까지 작성하고 인원수도 공개하겠다는 일정과 운영 방침도 제시했다.
 박희재 CEO후보추천위원장은 "누구에게도 편향됨 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며 "향후 진행 과정에 대해서도 수시로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연금의 지적에도 현재 추천위 구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현재 추천위 구도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될 경우 최 회장의 3연임이나 최 회장과 가까운 내부 인사의 발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KT 사례'에서 보듯 국민연금이 부정적 대응을 강화하고 이에 갈등이 커져 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해외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그룹이 리더십 교체기 경영 공백과 혼란이 생긴다면 시장의 평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년 총선을 앞둔 시기에 회장 인선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지난 'KT 사태' 때처럼 국민연금이 적극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외이사 교체 등은 주총 의결 사안"이라며 "2·3대 주주와 소액주주들이 국민연금의 주장에 반대한다면 주총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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