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銀 배임·횡령 사고, 이석용 청렴 농협 슬로건 무색
NH농협 “내부 자체감사 통해 배임 혐의 발견..수사 의뢰”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NH농협은행]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NH농협은행]

[데일리시사닷컴] 최근 금융 당국이 금융사의 내부통제 강화 고삐를 쥐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잇따라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NH농협은행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취임 1년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정교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력 강화에 힘써 온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신뢰가 생명인 은행에서 100억원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만큼 NH농협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물론 이 행장이 강조해 온 '신뢰경영' 마저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평소 이 행장이 ‘내부 비리를 근절 하겠다’고 공언하며 금융사고 없는 ‘청렴농협’을 강조, 윤리경영 실천을 결의하는 등 신뢰회복을 다짐해 온 것도 무색해 졌다. 이처럼 후폭풍이 예상되는 이번 농협은행의 ‘금융 사고’가 재연되면서 이 행장에 대한 책임론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 행장 취임 이후에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조기 퇴진론’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까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앞서 이 행장은 지난 1월 22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윤리경영(3행3무) 실천’을 서약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이 행장은 “임직원 모두가 윤리경영을 실천해 고객이 먼저 찾는 신뢰받는 NH농협은행이 돼야한다”며 “윤리경영 실천 ‘3행3무’ 운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처럼 이 행장은 윤리경영 실천 결의대회를 열어 대내외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내부통제 관리부실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33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여신 담당 직원이 담보물의 가치를 부풀려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해 준 것이 자체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금융사고 발생 기간은 2019년 3월25일부터 지난해 11월10일까지로 약 4년8개월동안 이어졌다. 농협은행은 금융사고가 발견된 경위에 대해 "내부 자체 감사를 통해 배임 혐의를 발견했다"며 "대출금액의 과다 상정으로 추정돼 여신취급자의 고의적인 의도 여부를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출 과정에서 뒷돈을 챙기거나 또 다른 제 3자가 개입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의 자체 검사를 지켜본 뒤 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추가 검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검사 과정에서 최종 배임 액수가 초기 예상보다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 왔던 만큼 일각에서는 이 행장이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2022년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업권, 유형별 금전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가운데 농협은행의 사고 금액이 74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해당 기간 전체 사고금액 1239억1000만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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