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녹색채권, 그린워싱 의심...기후솔루션, 공정위·환경부에 신고
한전 “녹색채권 용처 정해져 있어..직원 논란은 본사 차원 대응 고심”

한전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공사]
한전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공사]

[데일리시사닷컴] 2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재정건전화 작업 등을 통해 허덕이는 만성 적자를 해결하려 안간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공사가 발행한 해외 녹색채권에 대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의혹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전력이 해외에서 녹색채권 발행 후 조달 자금을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기 위해 사용 중이라고 홍보 하고 있지만 사용처를 일부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채무를 갚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그린워싱’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한전은 글로벌 녹색채권 인증을 받은 투자처가 명확한 채권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은 지난 20일 한국전력이 그린워싱 의혹이 있는 글로벌 녹색채권을 발행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각각 표시광고법 위반과 환경기술산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기후솔루션은 오는 4월 중 이 문제에 대한 신고 고객불만을 제출한 뒤, 충분한 소명이 없을 경우 소송을 검토할 계획이다.

27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전은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에 의존한 재무구조 탓에 누적 적자가 최대 50조 원까지 확대됐는 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전은 국내에서 2022년에는 약 31조 원, 이듬해에는 약 12조 원 규모로 채권을 발행했다. 당시 막대한 규모의 한전채는 채권시장의 블랙홀이 돼 한정된 현금 흐름을 독점하고 일반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위축하면서 금융시장 전체를 불안정하게 했다. 비판론이 거세지면서 금융당국은 한전에 회사채 발행을 촉구하라는 요구를 했고, 한전은 회사채 발행을 제한했다.

기후솔루션은 그럼에도 여전히 적자 사태라는 급한 불을 끄지 못한 한전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2022년 16억 달러, 이듬해 7월 10억 달러, 올해 1월 12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녹색 및 지속가능 채권을 발행했다. 글로벌 녹색채권의 명목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인프라, 에너지효율 개선, 중소기업 지원 및 일자리 창출 등의 부문에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실제 한전이 발간한 2023 녹색채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녹색채권으로 발행된 총 16억 달러의 수익금 중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재생에너지 연계를 위한 전력망 인프라 구축 사업 등에 약 8억 1000달러만 할당되었을 뿐, 나머지 미할당된 수익금의 사용처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한전은 당사 홈페이지에 국내 최초 4년 연속으로 총 16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 채권 발행했고, 조달한 자금이 국내외 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활용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한전은 석탄과 천연가스에 의존한 전력 구매로 2년여간 총 50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라며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채권 발행을 확대해온 한전의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에서도 발행된 녹색채권 대부분도 이 화석연료 채무를 갚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글로벌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친환경 분야로 용처가 미리 결정된 채권이라고 반박했다. 한전은 지금까지 발행한 글로벌 녹색채권에 대해 국제자본시장협회 그린본드 규정에 따라 용처를 외부기관 인증을 받아 공개해왔다. 한전 관계자는 "미공개된 추가 할당 내역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라며 "조달 자금은 신재생 지분투자, 신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2021~2022년을 기점으로 역대급 적자를 기록,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되며 재정건전화 작업에 착수했다. 자산매각과 사업조정, 비용 절감 등에 나서면서 적자 폭을 소폭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전기요금 인상 폭이 현실 인상분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누적 적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 2021년 5조8000억원, 2022년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4조6000억원의 적자가 더해져 최근 3년간 누적 적자액은 43조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부채 역시 심각하다. 한전의 중장기 재무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202조4000억원을 기록한 부채는 2027년 226조3000억원까지 늘 전망이다.

한편 이런 가운데 최근 직장인 익명게시판에 한전 경기본부 갑질 관련 게시글이 올라와 한전 내부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경기지역본부 지사 소속으로 추정되는 게시글 작성자 A씨는 게시판에 “모 지사장이 품의 글씨가 마음에 에 안든다며 결재판을 던지고 심한 폭언을 했으며 동료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을 일삼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어 “‘회사 승진하려면 회사평가가 얼마나 중요한데 지금처럼 그러면 안된다. 무슨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속적인 폭언을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휩싸인 한전은 이같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내부조사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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