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던 임모(36·서울)씨. 애꿎은 아내만 탓하며 시간을 보냈다. 평소 수영과 마라톤을 즐기는 터라 건강 하나는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반신반의하며 병원을 찾은 그에게 내린 판정은 ‘정계정맥류’. 정자운동성은 26%에 불과했다. 자연 임신이 어려운 수치였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을 뒤졌다. 마침 비수술적 요법이라는 정계정맥류 색전술에 대해 알게 됐고, 곧바로 전문병원을 찾았다. 생각보다 간단한 시술에 치료가 되긴 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시술 후 1년. 임 씨는 그토록 되고 싶던 ‘아빠’로 불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계정맥류, 남성 불임 원인 ‘톱’

정계정맥류는 일반 남성의 10~15%가 걸리는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별 것 아니라고 허투루 넘기면 곤란하다. 남성 불임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없는 1차 불임 남성의 30~35%, 아이가 있는 2차 불임 남성의 70~80%가량이 정계정맥류에 걸렸다는 보고도 있다. 남성 불임률도 크게 느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남성 불임의 증가율은 여성의 2배로, 이 중 30대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정계정맥류는 고환 주변과 음낭에 있는 정맥이 구불구불하게 늘어나는 질환이다. 심장으로 들어가는 피의 역류를 막아주는 정맥판막이 제 기능을 상실해 고환 주위로 피가 몰려 생긴다. 초기엔 복부에 힘을 줄 때만 울퉁불퉁한 혈관이 만져지다가 정도가 심하면 가만히 서 있어도 눈에 띈다. 고환이 아프거나 불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정계정맥류가 불임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답은 ‘온도’에 있다. 고환의 온도는 원래 체온보다 2~3도 낮다. 정자를 보존하고 호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맥의 피가 고환 쪽으로 몰리면 온도가 올라간다. 덩달아 정자 수도 감소하고 정자운동성도 떨어진다.

색전술 치료…흉터 없고 회복 빨라

그동안은 아랫배와 허벅지 사이 접히는 부분(서혜부)을 메스로 2~3cm 절개해 늘어난 정맥을 묶는 수술을 많이 했다. 접근방법에 따라 후복막이나 서혜하부를 절개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흉터도 생기고 회복기간도 길다. 비뇨기과에서 시행한다.

최근에는 최소 절개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색전술이 도입돼 호응을 얻고 있다. 시술도 간단하다. 국소마취를 한 후 팔에 2mm의 작은 구멍을 내고 카테터라는 관을 넣어 혈관을 타고 고환정맥까지 찾아들어간다. 코일과 경화제로 문제가 되는 정맥을 막으면 끝이다. 시술시간은 평균 15분 정도. 절개하는 부분이 워낙 작아 ‘최소 침습’과 ‘비수술’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합병증이 거의 없고 시술 후 당일 퇴원이 가능하며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없다. 재발률은 5% 미만으로 매우 낮다.

정계정맥류 색전술은 투시영상을 보며 시술하기 때문에 혈관조영장비를 갖춘 전문병원에서 받아야 한다. 종합병원처럼 큰 병원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영상의학만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도 따로 개설돼 있다.

분당 정자동의 민트영상의학과(원장 김재욱)는 ‘국내 1호’ 인터벤션영상의학 전문병원으로 지난 2008년 개원해 정계정맥류 외에 자궁근종, 하지정맥류, 골반울혈증후군 등에도 색전술을 도입해 치료한다. 정계정맥류 색전술은 연간 300건 이상 진행하고 있다. 민트영상의학과 관계자는 “색전술은 시술시간이 짧고 재발률이 낮은 것이 강점”이라며 “현역 군인으로 휴가 나왔다가 시술받은 환자가 있을 정도로 매우 간단하게 진행돼 환자분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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